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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계의 주인 리뷰 (일상, 경계선, 피해자다움) 영화가 끝나고도 자리에서 한참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스크린이 꺼진 뒤에도 동생의 목에 남아 있던 멍 자국과, 세차장에서 엄마가 던진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그 장면들이 왜 이렇게 오래 남는지 곱씹다 보니, 이 영화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담은 기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일상처럼 보이는 것들의 균열 솔직히 처음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평범한 고등학생의 하루처럼 느껴졌습니다. 남자친구와 사귀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동생과 마술 놀이를 하는 주인의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청소년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일상 안에 맞춰지지 않은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이 영화가 택한 서사 구조, 이.. 2026. 6. 11.
영화 와일드씽 리뷰 (트라이앵글, 앙상블, 코미디)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강동원 나오는 코미디 정도겠지'라고 얕봤습니다. 시사 이후 입소문이 심상치 않다는 건 알았는데, 막상 기대를 낮추고 들어갔다가 영화관에서 제대로 폭소하고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웃겨서 눈물까지 흘렸고, 옆자리 모르는 사람과 동시에 터져서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까지 웃겼습니다.트라이앵글이 그럴듯한 이유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의 세계관이 설득력을 갖는 건 단순히 의상이나 안무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2001년을 배경으로, 댄스 머신 황현우(강동원)가 박 대표에게 캐스팅되면서 시작됩니다. 오늘날 K팝 아이돌 산업처럼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그룹을 꾸리는 과정이 그 시대 연예계의 실제 풍경을 꽤 정확하게 재현합니다. 여기서 트레이닝 시스템이란.. 2026. 6. 11.
영화 엑시트 리뷰 (재난 생존, 유독가스, 탈출 전략) 재난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살아남을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솔직히 기대 없이 '엑시트'를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평범한 청년이 유독가스가 뒤덮인 도심에서 클라이밍 기술 하나로 살길을 열어가는 이야기, 단순한 오락 그 이상이었습니다. 백수 용남, 왜 이 캐릭터가 설득력 있는가 '엑시트'의 주인공 용남은 대학 시절 클라이밍 동아리의 에이스였지만 졸업 후 취업에 계속 실패하며 공원 철봉으로 하루를 보내는 인물입니다. 재난 영화 주인공이라고 하면 특수부대 출신이거나 베테랑 소방관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 용남은 그런 설정과는 거리가 멉니다. 저는 이 설정이 오히려 영화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봅니다. 특.. 2026. 6. 10.
영화 반도 리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사 완성도, 신파) 좀비 아포칼립스 이후 4년, 한반도 전체가 격리된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반도》는 개봉 당시 전 세계 185개국에 선판매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전작 《부산행》의 압도적인 완성도를 기억하는 관객으로서 저는 그 기대치를 꽤 높게 들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제 감정은 기대와 실망이 뒤섞인 묘한 씁쓸함이었습니다.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초반만큼은 충분히 설득됐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란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장르적 설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인류가 대재앙을 겪고 난 뒤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반도》는 이 설정을 꽤 공들여 구현했습니다. 좀비 바이러스로 하루 만에 한반도가 함락되고 4년이 지난 뒤의 인천항, .. 2026. 6. 9.
백룸 영화 리뷰 (공간 공포, 리미널 스페이스, 케인 파슨스) 텅 빈 대형 마트 복도를 혼자 걸어본 적 있으신가요. 사람이 가득해야 할 공간인데 아무도 없을 때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그 감각, 저도 꽤 자주 느끼는 편입니다. 영화 《백 룸》은 바로 그 감각을 두 시간 가까이 지속시키는 작품입니다. 16세 소년이 만든 9분짜리 유튜브 영상에서 출발한 이 도시 괴담이 어떻게 A24 장편 영화로 완성되었는지, 그리고 실제 극장에서 어떻게 느껴졌는지 정리해 봤습니다.16세 감독과 포챈 도시 괴담의 만남 일반적으로 공포 영화는 오랜 경력의 감독이 만들어야 완성도가 높다고들 알려져 있지만, 《백룸》의 케인 파슨스 감독은 그 통념을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그는 16세였던 시절, 단 9분짜리 자체 제작 영상 하나로 7,88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유튜브 판도를 바꿔놨습니다... 2026. 6. 8.
영화 사도 리뷰 (기획의도, 미장센, 부자관계) 솔직히 처음엔 이 영화가 그냥 또 하나의 조선 시대극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사 속 비극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정도로 예상했는데, 영화가 시작된 지 5분도 안 돼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뒤주에서 시신이 나오는 장면, 그리고 귀를 파고드는 무당굿의 울림. 지금도 그 첫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날 정도입니다. 임오화변을 영화로 빚어낸 기획의도 일반적으로 역사 사극 영화는 고증과 드라마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희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준익 감독의 사도는 제 경험상 그 공식을 정면으로 깨뜨린 드문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762년 조선에서 실제로 벌어진 임오화변입니다. 임오화변이란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충격.. 2026.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