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7 영화 마스터 리뷰 (이병헌 연기, 금융사기, 실화배경) 솔직히 저는 영화 '마스터'를 그리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세 배우의 얼굴이나 보자는 심산으로 극장에 앉았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서는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생각 밖의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재미가 아니라 씁쓸함이었습니다. 이병헌의 목소리가 만든 금융사기의 무게감 일반적으로 범죄 오락 영화라고 하면 자극적인 액션이나 반전에 집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마스터'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는 건 이병헌의 목소리였습니다. 진현필 회장 역을 맡은 이병헌은 중저음의 묵직한 발성으로 설명회 장면을 압도합니다. 현실이라도 저 목소리로 "원금 보장에 고수익"이라고 말한다면, 저도 지갑을 꺼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 2026. 5. 27.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리뷰 (영화분석, 이용수할머니, 위안부증언)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위안부 이야기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민원 왕 할머니가 구청 직원과 티격태격하다 영어를 배우는, 전형적인 코미디 감동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후반부에 이르러 화면이 완전히 달라졌고, 저는 그 자리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습니다. 영화 한 편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코미디로 포장된 역사적 맥락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2017년 개봉한 한국 영화로, 극 중 인물 옥분은 구청 직원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민원의 달인으로 등장합니다. 9급 공무원 민재와의 충돌은 자연스러운 코미디 장치로 기능하지만, 이 관계가 나중에 영어 교습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옥분이 영어를 배우려는 표면적인 이유.. 2026. 5. 26. 영화 초능력자 리뷰 (시대적 선구성, 캐스팅 분석, 명장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영화가 지금도 재조명 요구가 나온다면, 그건 단순한 흥행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2010년 영화 《초능력자》가 바로 그 경우입니다. 당시 극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봤는데, 좌석에서 몸을 앞으로 당기게 만드는 긴장감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한국 SF 장르물의 불모지에서 탄생한 배경 2010년 당시 한국 상업영화의 SF 장르 점유율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한국 영화 개봉편수 중 순수 SF 장르로 분류된 작품은 전체의 5% 미만에 불과했으며,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그런 환경에서 《초능력자》는 텔레키네시스(telekinesis)에.. 2026. 5. 26. 영화 부산행 리뷰 (인간 군상, 사회적 메시지, 몰입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잔잔한 드라마를 즐겨 보던 저였기에, 극장에서 〈부산행〉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충격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합니다. 한국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좀비 장르물이 나올 거라고는 진심으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재난 서사 위에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얹어낸 이 영화가 왜 지금도 회자되는지, 직접 경험한 시각에서 짚어봤습니다. 한국 좀비물의 새 기준, 몰입감의 정체 일반적으로 좀비 영화는 잔인한 시각적 자극에 의존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부산행〉은 그 공식에서 꽤 벗어나 있습니다. 물론 온몸을 꺾으며 달려드는 좀비들의 움직임은 압도적이었지만, 정작 영화관을 나온 뒤 머릿속에 남은 건 피와 폭력의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좌석에서 몸이 굳.. 2026. 5. 25. 영화 20세기 소녀 리뷰 (세기말 감성, 첫사랑의 미학, 신파적 비극)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못 떴습니다. 그냥 멍하니 앉아서 화면만 바라봤는데, 그 상태가 꽤 오래 이어졌습니다. 변우석 배우가 연기한 풍운호가 남긴 "보고 싶어, 21세기의 네가"라는 한 마디가 가슴에 박혀서, 극장을 나오는 내내 멍했습니다. 1999년 세기말 감성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제가 직접 보고 나서 꽤 오랫동안 후유증이 남은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삐삐와 비디오 가게가 만들어낸 세기말 감성 이 영화가 묘하게 마음을 잡아끄는 건, 199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단순한 소품 이상으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삐삐(무선호출기)는 당시 10대 사이의 핵심 소통 수단이었고, 비디오 가게는 동네 문화의 중심이었습니다. 보라가 백현진의 삐삐 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온갖 수를 쓰는.. 2026. 5. 24. 영화 택시운전사 리뷰 (김만섭, 5·18민주화운동, 위르겐 힌츠페터) 저는 광주에 살지는 않지만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역사'로 배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평범한 택시운전사가 10만 원짜리 손님을 태우러 갔다가 역사의 한복판에 선다는 이야기. 그것이 실화라는 사실이 저를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역사시간에 배우긴 하지만 공부할 때와는 다르게 이러한 사람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어떤 세상이 왔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근 5월 18일이 지나 여러 가지 사태에 대해서 다시 한번 보게 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꺼낸 사람광주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기록한 비디오테이프가 어디서 왔는지 아십니까. 저도 처음에는 당연히 국내 언론인이 찍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 2026. 5. 24.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