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10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리뷰(선행성 기억상실, 한국 리메이크, 추영우 신시아) 극장 문을 나서다가 멈춰 서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그렇게 된 건 꽤 오랜만이었습니다. 이치조 미사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리메이크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개봉 전 캐스팅과 각색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뒤집으며, 기억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한국 정서로 빚어낸 수작이었습니다. 선행성 기억상실이 만들어낸 사랑의 구조영화의 핵심 설정은 선행성 기억상실증(Anterograde Amnesia)입니다. 여기서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란 새로운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잠들기 전까지의 경험이 다음 날 깨어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히로인 한서연(신시아)은 매일 아침 자신이 누구인지, 어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2026. 5. 23. 영화 군체 리뷰 (연상호 유니버스, 군체 개념, 아쉬운 점) 개봉 전부터 커뮤니티가 술렁였습니다. 연상호 감독에 전지현·지창욱·구교환이라는 라인업, 거기에 칸영화제 출품 소식까지. 저도 솔직히 이 조합 보자마자 달력에 개봉일 표시해뒀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개 이후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리면서,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 정리해보고 싶어졌습니다..연상호 유니버스 안에서 군체를 보는 법 군체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영화가 부산행의 속편이나 변종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조금 따라온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지옥이나 기생수: 더 그레이처럼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 의식을 장르 문법 안에 녹이는 방식이 이 감독의 고유한 스타일입니다. 군체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영화의 핵심 개념인 군체(群體)는 다수의 개체가 하나의 집단 단위로.. 2026. 5. 21. 영화 만약에 우리 리뷰 (가난과 사랑, 이별의 선택, 성장과 위로) "가장 후질 때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말이 이렇게 가슴을 후벼 팔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그 시절을 겪어봤기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제 아픈 과거를 고스란히 들킨 것만 같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가장 순수했던 그 청춘의 사랑이 왜 그렇게 쉽게 부서지는지, 그 잔인한 이유가 이 영화 안에 있습니다. 가난과 사랑이 충돌할 때 생기는 일 사랑이 식는 데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 속 두 사람, 정원과 은호를 갈라놓은 것은 배신도, 권태도 아닙니다. 그저 돈이 없다는 사실 하나였습니다. 정원과 은호는 2008년 여름, 버스에서 처음 만납니다. 산사태로 길이 막힌 그 날 우연처럼 시작된 인연은, 해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서로의 꿈을.. 2026. 5. 20. 영화 기생충 속의 계단, 공간 연출, 계급 상징, 제목이 품은 독함 영화를 두 번, 세 번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저는 기생충을 처음 봤을 때 그저 스릴 있는 이야기에 빠져 있었는데, 실제로 촬영 장소에 발을 딛고 나서야 이 영화가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된 작품인지 몸으로 실감하게 됐습니다. 계단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기생충 계단 촬영지, 직접 내려가 보니촬영지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포토존이었습니다. 영화 포스터의 블랙바 눈가리개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골목 계단이 배경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그 계단은 기택 가족이 동익 가족의 저택에서 술 파티를 벌이다 갑자기 주인이 돌아온다는 걸 알고, 허겁지겁 자신들의 동네로 내려가는 장면에 등장하.. 2026. 5. 1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