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IMAX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게 그렇게 일반 영화랑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안경 끼고 보는 게 뭐가 대수야"라는 식이었죠. 그런데 인터스텔라를 IMAX 로 봤을 때,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우주 한복판에 제가 실제로 떠 있는 것 같은 그 감각은,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만들어진 우주, 인터스텔라의 제작 비하인드
인터스텔라는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출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씨앗은 물리학자 킵 손(Kip Thorne)이 영화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Lynda Obst)에게 건넨 한 장의 논문에서 시작됐습니다. 킵 손은 웜홀(Wormhole)과 블랙홀에 관한 이론 물리학의 권위자로, 이 프로젝트에 과학 자문으로 참여하면서 영화가 물리 법칙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도록 견제했습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블랙홀 '가르강튀아(Gargantua)'의 시각화는 2019년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이 공개한 실제 블랙홀 이미지와 상당히 유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놀랐던 건 화면이 아니라, 알고 나서였습니다. 인터스텔라 속 옥수수밭 장면을 위해 제작진이 캐나다 앨버타에 실제 옥수수를 심고 수확한 뒤, 그 수익으로 제작비를 충당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접했을 때 허를 찔린 기분이었습니다. CG를 최소화하고 실제를 만들어낸다는 원칙이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었던 겁니다.
우주선 인듀어런스(Endurance)의 내부 세트도 실물 크기로 제작됐으며, 로봇 캐릭터 타스(TARS)와 케이스(CASE)는 배우가 직접 조종하는 방식으로 촬영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로봇 캐릭터는 전부 CG로 처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배우들이 실제 물체와 상호작용하며 감정 연기를 끌어낼 수 있었고, 저는 그 장면들에서 감정이 얼마나 생생하게 전달됐는지를 스크린 앞에서 실감했습니다.
한스 짐머(Hans Zimmer)가 작곡한 배경 음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으로부터 영화 제목도, 줄거리도 듣지 못한 채 오직 "아버지와 아이의 이야기"라는 말 하나만 듣고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파이프 오르간을 전면에 배치한 그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영화의 또 다른 서사처럼 기능했습니다. 딜런 토마스(Dylan Thomas)의 시 '순순히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마라(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가 영화 전반에 울려 퍼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인터스텔라 제작 방식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실제 옥수수밭 재배 후 수확, 수익으로 제작비 일부 충당
- 인듀어런스 우주선 내부 세트 실물 크기 제작
- 로봇 타스·케이스는 배우가 직접 조종, CG 최소화
- 아이슬란드 현지 촬영으로 에드먼즈 행성 장면 구현
- 한스 짐머, 줄거리 없이 파이프 오르간 중심 음악 작곡
IMAX 관람 경험과 과학 고증의 간극
일반적으로 3D 영화는 화면에서 물체가 튀어나오는 효과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터스텔라를 3D로 봤을 때는 달랐습니다. 물체가 "앞으로 나오는" 느낌이 아니라, 제가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웜홀을 통과하는 장면과 테서랙트(Tesseract) 공간 내부 시퀀스는 3D가 아니었다면 절반의 감동도 못 받았을 겁니다. 여기서 테서랙트란 4차원 초입방체를 의미하며, 영화에서는 5차원 존재들이 쿠퍼에게 시간을 공간처럼 탐색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구조물로 표현됩니다.
물론 과학적 고증 문제는 따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속 밀러 행성(Miller's Planet)은 블랙홀 가르강튀아에 지극히 근접한 궤도를 돌고 있어, 중력 시간 지연(Gravitational Time Dilation) 효과로 지구의 1시간이 현지에서는 7년에 해당한다는 설정입니다. 중력 시간 지연이란 중력이 강한 곳일수록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실제 물리학적으로 인정받는 현상입니다.
다만 그 행성의 거대한 파도 장면은 다릅니다. 그 정도 중력 환경에서 액체 상태의 얕은 바다가 존재하고 인간이 생존할 수 있다는 설정은 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출처: NASA Science](https://science.nasa.gov)). 제 경험상 이런 설정 오류는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데,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게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합니다.
블랙홀과 웜홀(Wormhole)의 차이도 헷갈리는 분이 많은데, 웜홀은 두 시공간을 연결하는 가상의 통로로, 현재까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관측된 사례는 없습니다. 반면 블랙홀은 이미 여러 차례 관측이 이루어진 실재하는 천체입니다. 2019년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가 인류 최초로 블랙홀 이미지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 이미지가 인터스텔라의 가르강튀아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사실이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출처: Event Horizon Telescope Collaboration](https://eventhorizontelescope.org)).
이 영화는 사랑을 중력과 같은 물리 법칙의 반열에 올려놓는다는 다소 감성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됩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그 부분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저는 그 과감한 상상력이 오히려 이 영화를 단순한 SF가 아닌 무언가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인터스텔라는 다시 봐도 새로운 해석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처음엔 시각적 압도감에 휩쓸리고, 두 번째는 과학 설정의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고, 세 번째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다르게 읽힙니다. 기회가 된다면 스트리밍보다는 가능한 한 큰 화면, 좋은 음향 환경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한스 짐머의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울 때의 그 체험은, 이어폰으로는 절대 대신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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